1.
일본에서 오랜 세월동안 자민당 체제가 지속되고 '반체제'라고 할만한 세력이 제대로 형석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기득권' 세력인 자민당이 인재들을 싹쓸이해가서 그렇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즉, 젊은이들 중에서 괜찮아보이는 사람들을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들에서 우선적으로 쓸어감으로서 자민당체제에 도전할만한 세력쪽에서는 새싹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사람을 확보하지못해서 자민당체제에 대한 강한 도전이 힘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생각한 것이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보다는 물론 덜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득권 세력쪽에서 인재를 우선적으로 쓸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각 정당의 '유연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생각해보았다.
2.
최근 새누리당의 일련의 변신과 이에 뒤이은 총선에서의 승리는 보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총선 당일에는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멘붕할거 같기도하였는데, 최근의 통합진보당의 사태가 터지니 관련하여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곧 정당의 인적 구성과 그 정당의 '유연함'이 연관이 있지 않을까였다. 통합진보당의 작금의 사태에 직면하여 나오는 비판 중의 하나는 통합진보당이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더 폐쇄적이고 경직되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이 사태를 맞이하여 과연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최근의 새누리당의 변신 - 설령 그것이 쇼라고 할지라도 - 과 매우 대비된다.
어째서 이런 모습이 보여질까 ? 진보라고하는 간판을 달고 있는 정당이 어째서 보수나 기득권 정당인 새누리당보다도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는, 오히려 뒤떨어진다는 느낌마저들까 ? 만약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정당의 인적 구성과 관련도 한 가지 원인이 아닐까 싶다.
3.
한국에서 정치에 입문하거나, 정당과 이런저런 관련을 맺는 것은 몇 가지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경로들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먼저 간단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사상이나 성향으로 정당을 선택하는 것인데, 아시다시피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보수 우경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보수라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 - 새누리당이 정말 보수인지 아닌지하는 논의는 크게 의미가 없고 - 새누리당이 많은 지지자나 잠재적 당원, 정치인 후보군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상과 정반대되는 문제로 현실적인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새누리당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가 여러 가지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는만큼 인맥으로 인한 정당선택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지연, 혈연, 학연등이 그것인데 이것도 당연히 새누리당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곧, 새누리당이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4.
위에서 말한 새누리당의 처지는, 사실 민주통합당도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 스케일만 '조금' 줄이면 그게 바로 민주통합당이고 - 오히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차이는 어쩌면 '인맥' 하나일지도 모른다. 즉, 정치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역적 기반에 차이를 보여주는데, 사상이나 성향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관료나 기업출신 사람들에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에서 고를 때 유일한 차이는 자신이 어느 쪽 인맥으로 연결되어있느냐 정도가 아닐까 싶다 - 그렇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색깔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기도하고 세력도 만만치 않게 된다. 결국, 이런 기반들 위에서 한국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2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게된다.
5.
그런데 통합진보당쯤으로 오면 스케일의 차이 - 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처해있는 조건이 확 달라져 버린다. 일단, 사상면에서 통합진보당은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이거나 과격하게 보여서 지지율이 확 떨어져 버린다. 다음으로 자신들이 집권한 적도, 그 근처도 간적이 없으니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맥 역시 아무래도 제일 협소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부터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의 문제가 생긴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 즉 인재풀에서부터 협소한 상태에서 출발을하니 자연스럽게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정당이 되어버리며, 또 그것이 이번에는 원인이 되어 굉장히 경직되게 되버린다. 이렇게 인재풀이 협소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들이니, 애초부터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보다도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끼리 마주하다보면 더더욱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면서 자신들만의 견고한 성벽을 쌓아가게 된다. 결국, 소통을 외치는 소수정당이 오히려 가장 소통이 안돼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6.
어느 정당이든 중심을 차지하고있는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할 수 있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안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들기는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은 일단 처해있는 조건이 매우 다를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들기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계속 모이게 하기위해서는 변화하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그것이 설령 정말 정치쇼라고 할지라도. 그런데 애초부터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럴려는 필요성도 못 느껴온 정당에서는 그런 변화에 대한 모색이 아무래도 낯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득권 세력이라고 불리우던 쪽이 오히려 유연해보이고, 그러한 기득권을 비판해온 세력이 오히려 편협해보이는데에는 이런 인적구성의 문제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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